LH가 2030년까지 모듈러주택 약 1만6000가구를 발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약 2100가구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매년 3000가구, 2030년에는 5000가구까지 물량을 늘리는 계획입니다.
모듈러주택은 집의 방 한 칸 크기 유닛을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는 크레인으로 쌓아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뉴스를 보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그러면 현장 사람들 일은 줄어드는 걸까?"
오늘은 모듈러주택이 늘어날 때 건설노동자 일자리가 어떻게 바뀔지, 줄어드는 일과 늘어나는 일, 그리고 그대로 남는 일로 나누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듈러주택이 늘면 건설노동자 일자리는 줄어들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이 사라진다기보다 일하는 장소와 방식이 바뀐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일반 아파트는 현장에서 거푸집을 짜고, 철근을 엮고, 콘크리트를 부어 한 층씩 올립니다. 모듈러주택은 이 과정 상당 부분이 공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벽, 바닥, 창호, 배관, 전기 배선까지 공장에서 대부분 끝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골조와 실내 마감을 하던 일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그 일이 공장의 생산직, 품질 검사, 운송, 현장 조립 같은 일로 옮겨 갑니다. 같은 기술이라도 "현장에서 하던 일"이 "공장에서 하는 일"로 바뀌는 셈입니다.
줄어드는 현장 일, 늘어나는 공장 일
현장 비중이 줄어들 수 있는 분야는 형틀, 철근, 타설처럼 골조를 직접 올리는 공정과, 도배·타일·창호 설치처럼 공장에서 미리 끝낼 수 있는 실내 마감 공정입니다. 다만 모듈러주택도 계단실, 엘리베이터 주변, 저층부 등 현장에서 지어야 하는 부분이 남기 때문에 이 일들이 한꺼번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늘어나는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 공장 생산직: 유닛을 만드는 용접, 조립, 배관, 전기 작업
- 품질 검사: 공장에서 만든 유닛이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일
- 운송: 큰 유닛을 트럭으로 안전하게 옮기는 일
- 현장 조립과 접합: 유닛을 쌓고 서로 연결하고, 이음 부분의 방수·단열을 마무리하는 일
특히 공장 일은 비나 추위의 영향을 덜 받고 출퇴근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야외 현장 일의 고단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변화입니다.
그래도 남는 건설 현장 기술: 땅과 크레인
모듈러주택이라도 공장에서 만들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땅입니다.
제가 일하는 항타 현장은 건물의 가장 아래, 파일을 땅속에 넣는 일을 합니다. 땅마다 상태가 달라 파일의 크기와 길이를 매번 정해야 하고, 돌이 많은 땅에서는 뚫기가 어려워 장비가 상하기도 합니다. 이런 땅을 공장으로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집을 공장에서 만들어도 그 집을 받쳐 줄 기초는 여전히 현장에서 다져야 합니다.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모듈러주택은 무거운 유닛을 들어 정확한 위치에 내려놓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현장에서 크레인 기사들에게 들어 보면, 땅이 고르지 않으면 무거운 자재를 움직일 때 크레인이 휘청거려 전도를 늘 걱정한다고 합니다. 유닛을 정밀하게 들어 올리는 일이 많아질수록 숙련된 기사와 손발을 맞추는 신호수의 경험이 더 값지게 됩니다.
토목, 기초, 양중, 그리고 현장 안전관리는 모듈러 시대에도 사람이 현장에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건설노동자에게 필요한 준비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만드는 'AI 모듈러 홈'입니다. 처음부터 AI 가전과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넣은 집이 늘어나면, 전기·통신·설비 분야에서도 새로운 설치와 유지보수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변화에 대비하려면 이런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지금 하는 일이 공장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일인지, 현장에 남는 일인지 따져 보기
- 크레인, 굴착기 같은 장비 자격증이나 신호수 교육처럼 현장에 남는 기술 익히기
- 전기·설비 분야라면 스마트홈, 에너지 관리 관련 지식 넓히기
- 유닛 접합, 방수, 단열처럼 모듈러 현장에서 새로 중요해지는 기술에 관심 갖기
물론 아직 과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듈러주택 경험이 많지 않아 초기 공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높을 수 있고, 층간소음이나 내구성도 실제 입주 후 평가를 지켜봐야 합니다. 변화가 하루아침에 오지는 않겠지만, 매년 물량이 꾸준히 나온다는 것은 방향이 정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 LH는 2030년까지 모듈러주택 약 1만6000가구를 발주할 계획입니다.
- 골조와 실내 마감 같은 현장 일은 줄고, 공장 생산·품질 검사·운송·조립 일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 땅을 다지는 기초 공사, 크레인과 신호수, 현장 안전관리는 모듈러 시대에도 현장에 남는 기술입니다.
- AI 모듈러 홈이 늘면 전기·설비 분야에 새로운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집을 짓는 방식은 바뀌어도, 그 집이 서는 땅과 그 위에서 일하는 사람의 기술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내 기술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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